꿈에 그리던 일상으로의 초대 | |
작성자 | 주정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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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 비공개 |
내가 사는 곳은 전라도 광주다.
나의 머리엔 강원도는 항상 먼 곳, 가기 힘든 곳으로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강원도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간 기억 밖에 없다. 이런 나에게 원주라는 곳에서 내가 응원하는 가수 조명섭이 공연을 한단다. 지역축제이며 원거리고, 좌석 제한이 있으니 애써 갈 필요는 없다는 지역장의 공지를 무시하고, 며칠 전 봤던 홍보영상 그곳도 궁금해져 무조건 갔다. 아니 '일상으로의 초대' 그 문구가 나를 움직였다. 언젠가부터 일상이란 단어가 특별함으로 바뀌어 우린 그 속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 특별함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우리를 초대 한단다. 여행 프로그램에 콘서트 관람까지 넣었다. 아침 7시에 광주를 출발해 소금산으로 향했다. 생각만큼 멀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멀어져 있었던거 같다. 소금산은 소금이 나는 산인줄 알았다. 그런데 작은 금강산이란다. 소금산 입구 냇가 가장자리는 시민들이 휴양을 할 수 있게끔 데크로드와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소금산 입장권을 사서 산을 올라가는데 모든 계단이 데크로드로 이어져 있어 편하게 올라 갈 수 있었다. 숲속 사이사이 인사글귀들이 우릴 환영하는 거 같아 기분 좋았다. 출렁다리 입구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한 컷 하고 출렁다리로 향했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에겐 난관 코스여서 겁이 났지만, 용기 내어 경관을 감상하고 있는데 짓궂은 청소년들이 흘들어 대서 동행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스릴만점 코스였지만 나에겐 역시 부담되는 코스였다. 출렁다리를 건너 소금잔도로 향했다. 산길은 모드 데크로드로 연결되어 있어 걷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자연 경관을 구경하면서 적당히 운동도 되었다. 소금잔도는 낭떠러지에 철근으로 길을 붙여놔서 먼 곳까지 온전히 볼 수 있었고, 출렁다리, 스카이 타워, 울렁다리 경관까지 한 눈에 넣을 수 있었다. 스카이 타워는 철골 구조물이라 자연과의 조화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스릴과 전망은 최고였다. 스카이 타워에 상주하시는 직원분께 최고의 포토존을 찾아 사진을 부탁했더니, 기분 좋은 농담과 몸을 던져 작품을 만들어 주셨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스카이 타워를 내려오니 꽤 긴 울렁다리가 기다렸다. 후기에 울렁다리는 출렁다리보다 덜 무섭다고 해서 약간의 기대를 했는데 중간중간 바닥이 투명유리다. 바보 같았지만 투명바닥을 피해 걷고 있는데 마침 다리 밑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기차 모습이다. 산꼭대기 사이에 아주 긴 공중 다리가 있고 산에서 기차를 보는 이색적인 체험이었다. 약 2시간의 산행 같은 관광을 마치고, 소금산 초입에 도착해 시원한 계곡을 보며 예쁜 카페에 들러 목을 축이고, 댄싱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조명섭 팬카페에서 부채와 물을 나눠줘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역시 대단한 선행 팬심에 나도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미 배정된 회원석은 만석이라 출입이 불가능하여, 일반석에 줄을 서서 들어갔다. 공연은 원주지역 전통악기 계승팀 북, 장구의 후련한 두드림이 스트레스를 날려 주었고, 뮤지컬 가수 박소연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귀를 열어 주었으며, 팬덤 싱어 이벼리, 김현수의 웅장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한층 고급진 무대로 이끌어 주었다. 이어 내가 응원하는 조명섭 가수의 감사 인사와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에 관중석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어린 두 친구 남승민, 정동원은 이런 관중들의 마음을 읽고 흥분의 도가니로 끌고 갔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관계자 분들께 종합선물 세트를 받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또 후년에도 계속 행사를 진행 해 주십사' 부탁를 드리고 싶다. 다양한 아티스트를 초대해 그들이 맘껏 관중의 목마름을 채워 줄 수 있게끔 해주었다. 제목 그대로 '꿈에 그리던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향했는데, 숙소는 요즘 유행하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잡았다. 숙소 이용 후 보통 평점을 남기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인은 아주 친절했다. 다음에 또 이용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뮤지엄산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양쪽에 자작나무 숲을 두어 녹색과 하얀 자작나무 색의 조화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뮤지엄산 배경은 산 위에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이 있었다. 자연재료를 이용한 건축물이다. 돌을 쌓아 올력 벽을 두르고, 길 중앙엔 그곳의 상징인 빨간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공간의 여백엔 물을 담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건축물의 위엄에 긴장되는 순간 잔디처럼 펼쳐진 워터가든이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입장권은 기본과 제임스터렐권, 명상권으로 구분되어 있었으나 시간상 기본권만 사서 들어갔다. 건축물 안은 꽉 막힌 높은 돌 벽과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 있었고 벽 아래 틈을 주어 은은한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 온 느낌이었다. 미술관은 우리나라 대들보 화가 이중섭, 김환기, 오지호 등등의 화백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 애련함으로 남아 있던 나혜석님의 작품도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우 나문희 선생님의 고모할머니시다. 지금 생에 사셨더라면 이해받을 수도 있는 사생활은 선 시대를 사신 댓가로 불행한 삶을 사셨다. 난 그분 작품 앞에서 조용한 응원을 보냈다. 종이 박물관을 나오니 판화를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직접 판화를 찍은 후 몇 자 적어 친구에게 엽서를 띄우고 나왔다. 엽서는 무료로 보내 준다고 하였다. 밖으로 나오니 야외 스톤가든이 있었다. 흡사 신라 왕릉 모양의 돌무덤같이 보였다. 작가는 돌무덤 하나하나에 우리나라 지명을 표기했고, 참 많은 시간과 노고를 엿볼 수 있었다. 밑에 따로 한 동의 돌무덤이 있었는데 특이하게 가운데가 투명하게 나누어 있었다. 마침 관계자가 나와서 문의를 했더니, 명상관이란다. 명상은 스트레칭을 겸한 명상과 일반 명상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40여분 정도 걸리며 미리 예약해야만 참여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카페로 이동하여 차를 주문하고 야외로 나갔다. 와~~ 뷰 감동이다. 스위스가 안 부럽다. 산등성에서 멀리 보이는 또 다른 산의 능선과 다랭이논을 연상케 하는 워터가든의 잔잔한 수면, 수면 끝자락에 피어있는 예쁜 꽃의 도도함의 자태는 여행의 노곤한 피로, 생활 스트레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 등 머릿속을 지배했던 모든 잡념들은 한여름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지고,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여행의 아쉬움이 남는다. 여긴 잠깐 둘러보는 관광이 아닌 불필요한 꽉 찬 상념들을 비우고 비로소 나를 찾는 채움의 여행으로 왔으면.. 그곳에서 나는 두 번째 원주 여행을 나의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차에 몸을 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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